[미디어세상=유창선 자유기고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1954년 11월 15일 독일에서 태어났다. 1972년 독일 보루시아 뮌헨글라트바흐 팀에 입단을 시작으로 1977년~1985년까지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8시즌동안 215경기에 출전해서 41골을 기록했으며, 라 리가 3연패(1978~1980년)와 UEFA 우승(1985), 최우수선수상을 4번 수상하기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리더십이 한국 축구의 저변까지 확대되고 있다.

현역 시절의 슈틸리케는 단 한 번의 스캔들도 없을 만큼 자기관리가 철저했다. 2008년 코트디부아르 국가대표팀을 이끌던 중 희귀병 폐섬유종을 앓던 22세 아들 미하엘을 돌보기 위해서 감독직을 내려놓기도 했다. 슈틸리케는 화려한 선수 생활을 했지만 감독으로서 큰 성과를 내지 못 했다. 그런 점에서 2014년 9월 5일 부임하여 현재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 대표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가고 있다.

슈틸리케 리더십의 원천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다음 세 가지로 살펴보았다.

첫째, 독수리의 눈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 개개인을 점검할 때 자신의 눈으로 경기장에서 직접 확인했다. 부임하고 나서 얼마 후 지금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신태용 코치가 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이야기해 주자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 선수들에 대한 어떤 이야기도 하지 말아 달라. 선수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으면 내가 편견을 가지고 볼 수밖에 없다“.

그는 경기장에 가면 VIP석 대신에 일반석을 선호했다. 2015년 아시안컵 준우승을 이끈 주역인 이정협 선수를 뽑기 위해서 챌린저(2부 리그) 상주 경기를 다섯 번이나 관람했다. 그는 선입견을 배제하고 1년간 60명의 선수들을 불러들였고 기량을 점검했다.

슈틸리케 감독에게 뽑혀 국가대표팀과 소속팀에서 맹활약한 선수가 이정협(울산 현대), 이재성(전북 현대), 권창훈(수원 삼성), 석현준(FC 포르투) 등이다. 일본 리그, 중동 리그, 유럽 리그 선수들의 소속 팀에서의 경기력을 살피기 위해 현지 경기장을 방문했다.

그동안 한국 축구가 안고 있었던 고질적인 학연, 지연에 기초한 선수 선발을 하지 않았다. 한국인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유교문화 즉, 위계질서와 서열 문화를 과감하게 깨뜨렸다. 그는 해외파라 할지라도 소속 팀 주전 경쟁에서 밀리거나 부진하면 국가대표로 발탁하지 않았다.

둘째, 함께하는 열정이다. 그는 선수들의 경기 중에는 벤치에 앉지 않는다. 자신도 그라운드에 서서 선수들을 독려하며 지휘한다. 폭우가 쏟아져도 피하지 않고 함께 한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면 주전 선수는 물론 벤치에 대기하고 있던 코치 진, 후보 선수들과도 일일이 악수를 한다. 경기장에 입장하는 선수들과 손을 마주치며 기를 불어 넣기도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5년 9월 23일 서강대학교에서 열린 강연에서 리더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리더는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는 사람, 먼저 행동으로 보여주면서 조직과 구성원들을 어떻게 이끌어 갈지를 고민하는 사람, 구성원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2015년 9월 라오스전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이정엽과 김진현을 잊지 않고 있다”며 빠른 쾌유를 빌었다. 당시 두 선수는 큰 부상을 당해 재활 중이었다. 심지어 동아시안컵 도중 부상으로 낙마한 여자 대표 팀 심서연(이천 대교) 선수까지 위로의 화환을 남자 축구 대표 팀 선수단 이름으로 보내게 했다.

셋째, 솔선수범(率先垂範), 언행일치(言行一致) 자세다. 슈틸리케는 감독 취임 기자회견 때 “빨리 한국에 와서 K리그를 비롯해 13세 이하 선수들 등을 확인하고 파악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와 함께 한국에 계속 머물면서 유소년 축구까지 챙기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그는 감독에 부임하자마자 K리그 클래식(국내 프로 축구 1부 리그), K리그 챌린지(국내 프로 축구 2부 리그), 대학리그, 심지어 유소년 축구 현장까지도 보러 다녔다. 이러한 슈틸리케 감독을 선임한 이용수 기술 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보다 한국 축구를 더 생각하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위압을 달성하기 위한 슈틸리케 호의 항해에 축구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국가대표팀 훈련 때마다 훈련장에 플라스틱 콘을 직접 배치한다. 60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항상 훈련 도구를 챙겨서 미리미리 준비해 놓는다. 아시안컵 대회 때는 선수들이 외출한 날에도 자신은 혼자 방에 남아 비디오 분석에 집중하는 열의도 보였다.

그는 2016년 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출전한 선수들을 관찰하기 위해 자신의 휴가 기간 중인데도 불구하고 경기장을 찾아왔다. 슈틸리케 감독을 보면 어제와 오늘보다 내일이 더 성장하고 변화하는 한국 축구의 아름다운 청사진이 그려진다.

다가오는 3월 24일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대한민국과 레바논 경기가 있다. 최종예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 한국 국가대표팀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기 위해 축구 대표 팀 선수들과 함께 멋진 경기를 펼쳐주길 많은 팬들이 기대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을 보면 독일의 대표적인 속담이 떠오른다.

“존경을 받을 만한 행동을 한 사람만이 영광을 누릴 자격이 있다”. 슈틸리케 감독의 시선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