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4장 13절에 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이 모여서 베드로와 요한이 기탄없이 복음을 증거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기록하고 있다. 더욱 놀란 것은 그들이 학문 없는 범인(凡人)이었기 때문이다. 교회는 이 평범한 사람들의 증거와 활동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은 평신도의 위치와 가능성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스데반을 비롯한 초대교회의 일곱 집사들의 활약은 교회의 중심적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신약성경, 특히 고린도전서 12장에서 교회사역에 대해 말하는 봉사(diakonia)와 사역(ministry)은 전문적인 목회사역이 아니라 평신도들의 은사(charisma)적인 사역이었다는 것을 생각할 때, 사역(ministry)은 목회자 같은 특수한 교육을 받은 사람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봉사성(servantship)을 지니고 있는 모든 성도들의 사역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확신을 가지고 이끌어낼 수 있는 결론은 에베소서 4장 11절에 나오는 사도들과 예언자, 말씀전하는 자, 목사(헬라어 원문은 목자로 되어 있음)와 교사들은 모두 평신도(엡 4:11)들이었다. 바울의 친구들도 대부분 헌신적인 평신도 일꾼(minister)들이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바울이 세운 많은 교회들에는 바울이 가르쳐 세운 평신도 장로들에게 교회 책임을 맡겼을 뿐만 아니라, 성찬과 세례도 장로들의 책임 하에 이루어졌다. 이와 같이 신약 성경이 다루고 있는 것은 주로 성도들의 기능과 소명에 관한 것이지, 그들의 지위나 권위와 학식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러한 사실은 교회 생활과 증거에 있어서 평신도가 차지해야할 현저한 역할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사도 시대 이후에도 교회 지도자로서 모범적 신앙을 가진 탁월한 여러 교부들이 많이 있었다. 이들은 감독, 또는 주교 등으로 다르게 부르기도 했다. 특히 1-2세기의 ‘속사도’라고도 부르는 영향력 있는 교부에는 이그나티우스, 폴리갑, 파피아스, 클레멘트 등이 있었으며, 2~3세기에는 터툴리안, 이레니우스, 오리겐 등이 있었다. 그 이후에도 아타나시우스, 키프리안, 어거스틴 등 교회의 기둥과 같은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이들의 대부분은 평신도였다. 특히 터툴리안, 키프리안, 어거스틴 등은 큰 능력을 가진 사상가들로서 모두 평신도들이었지만, 역사는 그들을 강제로 신학적 또는 비평신도적 범주 속에 넣어버려 그들이 평신도 사상가였다는 사실이 망각됐다.

실로 어거스틴은 북아프리카의 감독으로 펠라기우스파의 이단과 싸우며 기독교 사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신학자로 평가되고 있다. 종교개혁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 인물로서 평신도에서 하루아침에 갑자기 감독이라고 불리게 된 사람이다.

16세기의 종교개혁 시대에도 유명한 개혁자 칼빈은 기독교 역사상 가장 저명한 사람으로 독학으로 출세한 평신도 신학자다. 그의 유명한 ‘기독교 강요’는 기독교 역사상 가장 중요한 책이 되었다. 그는 직업적인 신학자나 목회자가 아니라 평신도로서 신학을 가르치는 교사였으며, 필요상 목회자로 불렸던 사람이다.

17세기에도 탁월한 평신도 신학자들이 큰 영향을 준 시대였다. 이들 중에는 번연, 밀턴, 라이프니쯔, 유고, 그라티우스 같은 사람들이 있다. 18세기 개신교 선교역사에 큰 공헌을 한 독일의 진젠도르프 백작은 모든 선교역사를 통틀어 제일 위대한 선교 지도자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피신해온 경건주의자 모라비안 교인들을 헤른후트로 알려진 그의 영지에 정착시키기도 했다. 그들은 기도에 대단한 열심을 보여 100년 동안 24시간 기도의 끈을 놓지 않고 기도했을 뿐만 아니라, 당시에 개신교와 성공회가 보낸 선교사보다 더 많은 선교사를 전 세계에 파송했는데 이들은 모두 자비량 평신도 선교사들이었다.

서양 역사의 일대 전환점이 된 종교개혁에 대해 생각해 보아도, 마틴 루터나 칼빈처럼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과 업적, 그리고 신학적 논쟁 등은 교역자나 신학자들의 생각을 너무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교회는 종교개혁의 원동력이 되었던 평신도의 거대한 추진력과 같은 역동적인 사실은 잊어버리고 말았다.

더 나아가서 우리들의 세속화된 사고는, 우리로 하여금 종교나 교회문제는 목사나 신학자들의 전유물이요, 평신도의 역할은 정치적, 사회적인 일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다. 물론 평신도들은 조직적인 교육이나 훈련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도외시될 수는 있어도 편파적이 아닌 관점을 가질 수는 있는 것이다.

교회 안에서 평신도의 위치와 신자들의 근본적 교리인 만인제사장론은 종교개혁 운동의 강력한 요소였음에도 불구하고 각국에서 개혁이 자리 잡은 후에는 평신도들은 배후로 물러나고 교직자가 다시금 교회를 대표하게 되어 만인제사장론은 한 세기를 넘기지 못하고 교회에서 사라졌다.

이렇게 사문화된 만인제사장론을 다시 되살려 그 의미와 역할을 평신도들이 감당할 수 있도록, 주도적으로 평신도를 가르치고 훈련 시켜야 할 사명이 목회자들에게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종교개혁자들은 마태복음 28장 18~20절의 그리스도의 대사명(The Great Commission), 또는 대위임령(大委任令)은 예수님 앞에 앉아 있던 당시의 11명의 사도들에게만 주어진 명령으로서 그들 이외의 기독교인들과는 상관이 없는 말씀이라고 해석했다.

이것은 교황의 천국열쇠 세습이라는 중대 과오를 부인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하더라도, 교회론에 있어서 가장 큰 잘못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다행히 평신도인 영국의 윌리암 캐리는 구두수선공으로 일하고 있었지만, 열심히 성경읽기와 기도를 하는 중에 그리스도의 대사명이 11사도만 아니라 모든 믿는 자들에게 주신 명령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는 가죽위에 세계지도를 그려서 벽에 붙여놓고 기도할 때마다 세계선교의 꿈을 키워갔다. 그러던 중에 자기의 주장을 전하기 위해서 목회자 협의회에 참석하여 ‘그리스도의 대사명’이 모든 신자들에게 하신 말씀이라고 주장했으나 거기 모인 목회자들은 아무도 믿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네가 모르기 때문”이라고 오히려 그를 힐난했다.

화가 난 캐리는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라는 말씀이 11사도에게만 하신 말씀이라면 “당신들은 무슨 근거로 세례를 줍니까?”라고 반문하여 모두를 잠잠케 했다고 한다. 1792년, 그는 자기 소유를 모두 팔아 파송해주는 사람도 없이 홀로 가족과 함께 자비량 선교사로 인도에 가서, 두 친구와 함께 선교회(침례교 선교회; BMS)를 결성하여 선교를 시작한 것이 근대 선교의 효시가 되어 그를 ‘근대선교의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영국의 허드슨 테일러도 평신도 선교사로서 중국내지선교회(C.I.M.)를 결성하여 해안선에만 집중하던 선교사역을 인구밀집지역인 내지로 선교사역이 침투해 들어가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이 천국 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증언되기 위하여 온 세상에 전파되리니 그제야 끝이 오리라”(마 24:14)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처럼 모든 민족, 모든 족속에게 복음이 전파되어야 하는 것이 기독교인들에게 주어진 대사명이다.

그러나 현재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복음을 듣지 못한 사람들이며 그 숫자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19세기까지만 해도 마음만 먹으면 세계 어느 지역에나 가서 선교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많은 나라들이 독립을 하게 되면서, 민족주의와 종교국가 또는 공산주의 국가로 탈바꿈하였고, 많은 지역이 선교 접근제한지역으로 변함으로써 목회자 선교사는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사회적 다양화로 전문 인력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평신도 전문인 자비량 선교사의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더욱이 서방의 기독교 국가들은 교회의 몰락으로 선교하던 나라에서 선교가 필요한 나라들로 변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세계 복음화의 과업을 누가 감당 할 것인가? 대안이 없다. 세계경제가 침체되면서 한국도 선교비 지원이 점점 어려워질 것이며, 목회자 선교사 위주의 한국 선교도 변화되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독교 인구의 99.5% 이상인 평신도가 동원되지 않으면, 세계복음화의 과업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며, 주님이 오실 준비를 위한 복음전파의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 평신도가 자기 위치와 소명을 깨닫고 나아갈 때에만 가능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