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방송 자료화면 캡처)

[미디어세상=양은미 기자] 지난해 11월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95명이 C형간염에 집단감염된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 사태가 발생한지 3개월여 만에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가 또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2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강원도 원주시 소재의 ‘한양정형외과의원’과 충북 제천의 ‘양의원’에서 감염 의심 신고가 접수돼 역학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강원도 원주 '한양정형외과의원'의 경우 115명이 C형간염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고 이 가운데 2011~2014년 자가혈 주사시술(PRP)을 받은 환자 중 101명이 치료가 필요한 ‘RNA(리보핵산) 양성’(현재 감염 중)으로 확인됐다.

또한 충북 제천의 '양의원'은 주사기를 재사용한 사실을 확인, 질병관리본부가 현재 2015년 근육주사 시술을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혈액매개감염병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다나의원의 집단감염 사태와 마찬가지로 1회용품 재사용으로 인한 사고가 재발해 방역당국의 방역체계에 허점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강원도 원주의 한양정형외과의원 (사진=방송 자료화면 캡처)

▶'제 2의 다나의원 사태' 보건당국은 늑장대응 되풀이

이러한 가운데, 보건당국이 특정 병원에서 C형간염 환자가 계속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도 역학조사에서 해당 병원을 감염원으로 지목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늑장대처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4월에서 7월, 원주시보건소에 14명의 C형감염 의심 신고가 접수됐고 조사 결과 이들 환자 대부분은 한양정형외과의원에서 '자가혈 주사시술(PRP)'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자가혈 시술은 환자의 혈액을 채취, 원심분리 후 추출한 혈소판을 환자에게 재주사하는 방식으로 의료당국이 허용하지 않는 시술로 알려졌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신고자들이 감염된 C형간염의 종류(1a형, 2b형 등)가 일치하지 않고, 환자들 중 C형간염의 전파 경로가 되는 문신·피어싱이 있다는 점, 다른 기관에서 치료받은 경력도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한양정형외과의원을 감염원으로 확정하지 않았다.

이후 뒤늦게 문신이나 다른 기관 치료 경력 등이 없는 추가 신고자가 나타난 이후에야 뒤늦게 해당 의원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최초 신고 7개월 만에 역학조사에 착수, 문제 의원에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PRP 시술을 받은 927명을 조사한 결과 이중 101명이 C형간염에 감였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다시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한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했다. (사진=방송 자료화면 캡처)

보건당국이 감염원을 특정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사이 한양정형외과의원은 지난해 5월 이미 PRP시술에 쓴 장비 등을 처분하고 자진 폐업해 버렸다.

현재 역학조사를 진행 중인 보건당국은 PRP 시술 과정에서 주사기를 재사용하면서 C형간염이 확산했을 거라고 현재 추정하고 있을 뿐 일회용 주사기로 인해 간염이 걸렸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상태로 해당 병원의 폐업으로 증거를 확보하기 더욱 어려워졌다.

또한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처벌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해당 의원의 원장이 다른 병원에서 버젓이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당국의 늑장대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충북 제천의 양의원 (사진=방송 자료화면 캡처)

뿐만 아니라 더욱 문제가 되고 있는 경우는 충북 제천의 양의원이다.

충북 제천보건소는 지난 1월 29일 주사기를 재사용 한다는 제보를 받고 조사를 진행한 결과 해당 의원에서 주사침만 교체하고 주사기는 재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해당 의원에 주사기 재사용 금지 시정명령을 내린 것이 전부였다.

이는 지난해 11월 다나의원의 사례를 겪고도 주사기 재사용에 대한 처벌 규정 등이 마련돼 있지 않은 탓이었다.

당시 다나의원의 경우 원장이 교통사고로 뇌병변 장애 3급 및 언어 장애 4급 판정을 받아 진료행위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로 해당 의원 만의 예외적인 경우라 치부해 버리면서, 당국이 대처 방안 마련에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양의원은 현재 역학조사관이 2015년 근육주사 처방을 받은 환자 3,996명을 확인하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질병관리본부는 1차로 1년치 처방자료를 우선 조사하고 84년 개원한 양의원의 10년치 처방자료까지 조사할 방침이다.

하지만 10년 동안의 해당 의원을 내원한 환자들을 일일이 특정하기란 쉽지 않은 문제다. 또 다나의원 사태 당시와 마찬가지로 명단을 확보해 개별 연락을 취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다.

때문에 아직 감염 피해자 규모가 드러나지 않은 양의원의 피해 규모가 다나의원이나 한양정형외과의원의 피해 규모를 뛰어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시민들의 불안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사진=방송 자료화면 캡처)

▶보건당국 대처 나섰지만 곳곳에 문제점

사태와 관련 논란이 일자,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감염 피해자 확인 및 재발방지 방안을 신속히 발표하고 나섰다.

보건당국은 C형간염을 3급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해 표본 감시 대상에서 전수 감시대상으로 변경하고 1회용 주사기 재사용 의심 의료기관에 대한 공익신고를 접수받기 위해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공단, 보건소 홈페이지에 다양한 공익신고 채널도 개설해 신고 접수된 의심기관은 즉각적인 현장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1회용 주사기 등을 재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의료기관은 의료법상 처벌 규정을 강화해 의료인 면허취소처분의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며 의료인 면허관리 강화 및 의료인 보수교육 운영도 강화해 나가는 등의 대처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전담팀을 구성, 건강보험공단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빅데이터를 이용해 주사제 처방, C형간염 등 특정 혈액매개질환이 많은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주사기 재사용 여부 등을 현장조사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현장조사가 당국의 예상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건당국은 주사제 처방률이 높은 의료기관이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이를 의심 의료기관으로 기준해 현장조사를 벌인다는 계획이지만 이 또한 재사용 여부를 명확하게 가려내기란 쉽지 않고, 원주의 한양정형외과의원의 경우와 같이 주사제가 아닌 ‘자가혈 주사(PRP)’ 등을 이용할 경우 점검에 누락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양의원의 경우처럼 최소 수만명의 내원 환자들 가운데 감염 가능성이 있는 환자들을 추려내고 검사를 진행하려면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은미 기자  yyyem12@mediak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