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여중생 백골 시신 사건의 피의자 A씨가 경찰 조사 후 이동하고 있다. (사진=방송 자료화면 캡처)

[미디어세상=양은미 기자] 지난달 ‘부천 초등생 시신 훼손’ 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경기 부천에서 장기결석 여중생이 자신의 방에서 반미라 상태로 발견돼 또 다른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부천 소사경찰서는 지난 3일 폭행치사 등의 혐의로 여중생의 아버지인 목사 A(47)씨와 계모 B(40)씨와 A씨의 딸 C(사망 당시 13)양을 맡아 기르면서 수차례 때린 혐의로 B씨의 여동생 D(39)씨를 긴급체포했다.

C양은 경기도 부천 자신의 방에서 사망한 지 11개월 가까이 된 미라 상태로 발견됐으며 경찰은 아버지인 목사 A씨가 딸을 5시간 동안 빗자루 등으로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장기간 방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3월 17일 오전 7시부터 낮 12시까지 부천시 소사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당시 중학교 1학년이던 딸 C양의 가출 이유를 추궁하며 빗자루와 빨래 건조대의 쇠봉을 이용해 폭행했다.

이후 A씨는 딸에게 잠을 자라고 한 뒤 다른 방으로 건너가 본인도 잤고, 같은 날 오후 7시께 딸이 있는 방에 가보니 딸이 사망해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때부터 A씨는 사망한 딸 C양을 이불로 덮은 채 시신을 방치했다. 경찰이 발견 당시 시신은 이불에 덮인 미라 상태였으며 시신 주변에는 염화칼슘으로 보이는 흰색 가루가 흩뿌려져 있었다. 또 방에는 냄새 제거용으로 사용했을 향초, 방향제 등이 발견되기도 했다.

경찰 조사에서 계모 B씨도 폭행 혐의를 인정했으며 이들은 장기간 시신을 방치한 이유에 대해 “기도하면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이들 부부에게 아동학대치사와 유기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백골 상태로 발견된 여중생은 사망 당일 아버지와 계모로부터 5시간 폭행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방송 자료화면 캡처)

▶ 5시간 폭행한 부모... 살인죄 적용되나

경찰은 A씨 부부의 살인죄 적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부부는 “딸의 사망 전에도 훈계 차원에서 손바닥 몇 대를 때린 적은 있지만 심하게 때린 것은 그날(사망 당일)이 처음이었다”며 “딸을 폭행한 것은 맞지만 살해할 고의는 없었다”고 살인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숨진 여중생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대퇴부에서 비교적 선명한 출혈이 관찰됐다. 외상성 쇼크사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부검 결과 1차 소견을 밝혔다.

외상에 의한 쇼크사는 일반적으로 극심한 고통이나 스트레스로 갑작스럽게 혈압이 낮아지고 뇌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으면서 끝내는 죽음에 이르는 증상으로 5시간의 폭력을 당한 C양이 큰 통증 속에서 몇 시간이 지나 숨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때문에 법의관의 1차 소견상으로는 이양의 '직접적 사인'은 A씨 부부의 폭행일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의 경우 A씨 부부가 살인의 고의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빗자루와 빨래건조대 쇠봉 등으로 13세의 딸을 장시간 폭행했다는 점에서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고 보고 있다.

또한 폭력의 정도로 보면, 혼자보다 2명 이상이 함께하면 폭력이 더 강해지는 점 등이 이들 부부에 살인죄 적용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경찰은 ‘부천 초등생 시신훼손’ 사건의 피의자인 아버지에게 “90kg의 건장한 아버지가 16kg의 7세 아들을 때려 사망할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예상했다”며 살인죄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그러나 경찰은 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경우 영장이 기각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 신청 단계에서는 일단 아동학대특례법을 적용해 구속한 뒤 추가 등거를 확보해 검찰 송치 단계에서 살인죄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백골 상태로 발견된 여중생은 평소에도 아버지와 계모, 새이모에게 폭행을 당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방송 자료화면 캡처)

▶ 집에서 부모에게 맞았는데 다시 집으로...

독일 유학파 출신 목사인 A씨는 지난해 12월까지 신학대학의 겸임교수로 일했으며 현재 한 개척교회 담임목사로 알려져 있다. A씨는 2007년 부인과 사별하고 현재 아내와 2012년부터 함께 살았고 슬하에 숨진채 발견된 막내딸을 비롯해 1남 2녀를 뒀다.

A씨의 주변 지인들과 친인척 등에 따르면 A씨의 큰아들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가출해 따로 살고 있고 둘째 딸은 독일의 지인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또 막내딸인 C양은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B씨의 여동생 D씨의 집에서 생활하면서 이들 부부가 재혼한 후 세 남매는 뿔뿔이 흩어져 지냈다.

이로 인해 막내딸이었던 C양은 학대를 당하는 동안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채 방치됐다. 특히 C양은 새이모 D씨로부터도 자주 폭행을 당해 가출을 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는데, 지난해 3월 12일부터 학교에 나가지 않았던 이유도 가출로 인한 것이었다.

또한 C양은 지난해 3월 15일에도 가출해 친구 집으로 갔으며 이날 친구가 C양의 종아리와 손 등에 멍자국을 발견하고 이유를 묻자 C양은 “전날 많이 맞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머물 곳을 찾던 C양은 다음날 초등학교 때 담임교사를 찾아갔고 담임교사는 17일 0시를 넘겨 C양을 새이모 집에 데려다준 뒤 돌아갔다. 그러나 C양은 새이모인 D씨의 집에 있던 아버지로부터 손바닥과과 종아리 등을 맞고 다시 가출했다.

다시 초등학교 담임교사를 찾아간 C양은 담임교사가 집에 없어 만나지 못했고 어쩔 수없이 담임교사의 아파트 경비원에게 “하루만 재워 달라”고 사정했으나 아파트 경비원이 다시 C양을 새이모에게 보냈다.

잦은 가출에 화가난 D씨가 C양을 다시 부모에게 보내면서 어디에도 도움을 받지 못한 C양은 다시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와 계모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가정 내 폭력을 견디다 못해 가출한 C양이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가정 폭력이나 학대가 의심되는 아동과 청소년의 경우 경찰이나 전문기관 등을 통한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하는데 보호자에게 무작정 인계하는 관행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C양의 초등학교 담임교사도 아동학대를 알게 되거나 의심이 될 경우, 누구나 신고하도록 규정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나 초.중.고교 교사는 신고 의무자다.

이에 따라 부모로부터 폭행을 당한 아이들이 학대를 피할 수 있는 쉼터 등을 만들어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경찰은 4일 오전 A씨 부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하고 이를 마치는대로 여중생의 시신이 발견된 이들 부부의 자택에서 현장검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양은미 기자  yyyem12@mediak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