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세상=김민서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안정을 찾으면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수많은 당 내 비주류 의원들의 당 대표 사퇴 요구에도 불구하고, 문 대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당 대표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랬던 그가 당 대표직 사퇴를 시사하고 나선 이유가 무엇인지 미디어세상이 그 배경 속으로 들어가 봤다.

 

문재인, 안철수의 ‘혁신전대’ 거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안철수 전 대표의 혁신 전당대회 제안 때부터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는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부' 구성 제안을 거부하고 대안으로 문 대표와 자신이 참여하는 혁신 전당대회 개최를 역 제안했다.

▲문재인 대표가 당 대표로 취임했다.(사진:더민주 홈페이지)

안 전 대표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 대표의 제안은 깊은 고뇌의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문안박 연대만으로는 당의 활로를 여는데 충분하지 않다며 더 담대하고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대안으로 1단계 '혁신전대'→2단계 '천정배 신당과의 통합 추진을 통한 통합적 국민저항 체제 구축'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해법을 제시했다. 안 전 대표는 문 대표와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이가 참여하는 '혁신전당대회 개최'를 제안한 뒤, 혁신전대를 통해 혁신의 구체적 내용과 정권교체의 비전을 가지고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를 통해 주류와 비주류의 반목과 계파패권주의도 함께 녹여내야 하며 혁신전대로 새로운 리더십을 세울 때만이 혁신과 통합의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로운 지도부는 천정배 의원 등이 추진하는 신당과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당에 주어진 두 가지 과제는 낡은 타성과 체질을 바꾸는 '근본적 혁신'과 박근혜정권의 독단과 폭주를 저지하는 '통합적 국민저항체제'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2017년 정권교체를 생각하기에는 2016년 총선 전망조차 암담하다고 성토했다. 지금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것을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와 결단이라며 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 같은 안 전 대표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표는 총선을 코앞에 두고 당권 경쟁을 하는 것은 공멸하는 것이라고 밝힌 뒤, 안 전 대표의 혁신전대 제안을 거부한다.

문 대표는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제 지긋지긋한 상황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은 당 상황에 진저리를 내고 있고 전대는 해법이 안 되므로 거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제안은 협력하고 힘을 합치자는 것인데 전대는 대결을 통해 한 명을 선택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총선 승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에 당내 분열만 계속하는 것은 국민과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므로 총선을 코앞에 두고 당권경쟁으로 날을 샐 수는 없다고 힐난했다.

사생결단, 분열의 전대가 될 수밖에 없고 그러다간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 그러면서 당 대표직을 사퇴한 후 다시 전대에 나서란 것도 상식적이지 않다며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대표직에서 물러난다면 깨끗이 그만 두고 뒤를 남기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자신은 대표직에 연연하지 않고 있으며 국민과 당원이 원하는 길이라면 두려움 없이 자신을 던질 각오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자신의 '문안박 지도부' 제안을 안 전 대표가 거부한 것과 관련해선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상식적 일이 왜 안 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문 대표는 더 이상 안 되는 일에 매달려 시간을 보낼 수 없고, 이제는 대표가 책임지고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않고 총선을 준비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이른 시일 내에 총선기획단, 총선정책공약준비단, 호남특위, 인재영입위, 선대위 등을 순차적으로 구성해 총선체제에 들어가겠다는 것.

이어 혁신위가 만든 혁신안, 안 전 대표가 제안한 혁신, 또한 당에 필요한 더 근본적 혁신들을 자신의 책임으로 해나갈 것이며 단합도 과거에 안주하는 단합이 아니라 혁신을 위한 단합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은 회피해선 안 되는 것으로 혁신과 정면대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야권 신당을 추진하는 천정배세력과 정의당을 통합대상으로 규정한 뒤, 총선 전에 당내 단합과 야권 통합을 위해 여야 일대일 구도를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시간허비가 있던 만큼 발 빠른 행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

그는 단합을 위한 새로운 조치에 대해서는 길을 열어두겠다고 하면서도 당을 흔들고 해치는 일들은 그냥 넘기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당의 화합을 위해 용인해야 할 경계를 분명히 하고 그 경계를 넘는 일에 대해서는 정면 대응해 당의 기강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궁지에 몰린 문재인

문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안 전 대표의 혁신전대에 대해 거부하는 입장을 표명하자 안 전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다. 그리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꿔 안철수 전 대표의 흔적을 지운다.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다.(사진:안철수 플리커)

안철수 의원은 신당 착수에 들어가고, 곧 가칭 국민의당을 창당한다. 한상진·김한길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이 추진하는 창당준비위원회가 여러 인재들을 영입하며 신당 창당에 박차를 가한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 후, 안철수 의원의 탈당이 태풍의 눈이 될 것인지 아니면 찻잔속의 태풍이 될 것인지 모두의 이목이 집중됐었다. 그러나 곧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탈당 러쉬가 이어졌고, 탈당한 의원들은 대부분 안철수 신당인 국민의당에 합류하며 안철수 의원 측에 힘을 실어준다. 계속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탈당과 안철수 신당 합류로 궁지에 몰린 문재인 대표는 김종인 전 의원 영입이라는 카드를 꺼내든다.

 

'고별' 기자회견이 된 신년 기자회견

그리고 문재인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안정된 후,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발표한다. 문 대표는 자신은 온갖 흔들기 속에서도 혁신의 원칙을 지켰으나, 통합을 이루지 못해 통합의 물꼬를 틔우기 위해 자신이 비켜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힌다.

▲문재인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더민주 홈페이지)

그는 또 그동안 천정배 의원이 이끄는 국민회의나 정의당과는 비공식적인 협의를 이어왔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제는 시간이 없어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논의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당 선대위가 구성되면 선대위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하고 선대위는 총선에서 전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며 선대위는 총선시기 당의 중심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자신은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새로 구성될 선대위도 역할을 잘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힘을 실었다.

이어 최고위원들과 상의해 선대위로의 권한 이양을 신속하게 진행하고 백의종군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뒤, 최고위 의견이 모아지면 권한 이양의 절차와 시기를 바로 공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므로 그 때까지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오해나 논란이 없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밝힌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아울러 변화의 바람은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에서 불고 있고, 재창당 수준으로 확 달라진 모습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고 약속했다. 또 당이 박근혜정부의 경제실패와 소득 불평등에 맞서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안보무능에 맞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다짐한다.

이러한 문 대표의 사퇴 기자회견 후, 당을 잠시 떠났던 이종걸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에 복귀하고, 안철수 신당 행이 점쳐졌던 박영선 전 원내대표도 당에 잔류하기로 결정한다.

계속해서 이어지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탈당 러쉬도 잠시 주춤하는 태세다. 이제 문 대표의 사퇴만이 남았다. 2015년 2월 8일 취임해 취임한지 346일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힌 문재인 대표. 당 대표직을 내던지는 희생을 통해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성공시키겠다는 그의 바람은 이뤄질 것인가.

김민서 기자  minseo@mediak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