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성지윤의 예술의 방
<상처받은 사슴>, 위로하는 베토벤
성지윤 칼럼리스트 | 승인2015.11.23 17:12

어느 날 문득, 여러 가지 예술들이 다가온 순간들이 있었다. 그러한 순간들 이후 다양한 장르의 예술들, 그리고 그 안의 세계들이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그래서 지난 시간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각종 전시 및 음악회 연극 뮤지컬 등 각 장르의 예술에 많은 시간과 마음을 기울이며 지내왔다. 처음에 작은 호기심에서 출발한 예술의 세계는 다가갈수록 광활한 바다와 같이 깊고 오묘하여 그 바다를 동경하며 머무르게 만들었다. 또, 차츰 더 사랑의 마음을 품고 더 많이 누리고 알고 느끼도록 이끌었다. 그렇게 예술의 바다에 머물러 지내는 시간 동안 이 오묘하고도 찬란한 예술의 세계를 많은 사람들과 함께 누리고 싶어졌다. 그래서 이렇게 [미디어 세상]을 통해 작게나마 각 장르의 예술에 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보면서 예술의 바다를 나누고자 한다. <편집자 주>

최근 조성진이라는 20세 청년의 쇼팽콩쿠르 1등 소식은 그동안 여러 안 좋은 일들과 지속되는 불경기 등으로 인해 힘들고 각박해진 국민들의 마음에 촉촉한 단비와 같은 하나의 선물 이었다. 게다가 조성진의 쾌거로 인해 불황이던 클래식 음악계가 조금 활성화 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고 하니 무척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 3대 콩쿠르이자 음악계의 노벨상에 비유 될 수 있는 쇼팽콩쿠르에서의 1등은 우리나라에서는 그간 유래가 없던 일이기에, 그의 수상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클래식계의 또 다른 천재, '60회 부조니 국제 콩쿠르'에서 1등을 했던 피아니스트 문지영씨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부조니 콩쿠르는 다른 콩쿠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덜 알려져있다. 하지만 쇼팽콩쿠르에 버금가는 콩쿠르로 절대평가를 하여 기준에 미달 되면 1등을 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문지영씨 이전에 59회 동안 27명에게만 1위를 준 대단히 권위 있고 까다로운 콩쿠르다.

그 외에도 이미 문지영씨는 몇 개의 청소년 국제 콩쿠르에서 1등을 하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일본 다카마쓰 국제 콩쿠르를 비롯해 제네바 콩쿠르(최연소 참가자로 청중상, 특별상을 포함한 3관왕의 영예)등에서 모두 우승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천재 피아니스트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문지영 관련 동영상들을 찾아보게 되었고, 보자마자 정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맑고 투명한 터치로 귀를 사로잡은 문지영씨의 연주는 이내 그녀의 연주에 깊이 빠져 들게 했다. 부조니 콩쿠르 실황 연주에서 보인 그녀의 연주에서 받은 느낌은 ‘이전에는 들어보지 못한 음악’이라는 것.

정말이지 이전에는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음악 세계를 펼쳐 보이는 것 같았다. 마치 흰 물결이 검은 물결을 가르며 담담히 날아오르는 한 마리 학의 날개와도 같았고 온 세상을 초연하게 바라보며 떠있는 구름과도 같은 연주였다.

도저히 20살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표현력. 투명하고 담백하면서 깊지만 결코 어렵지도 무겁지도 않은 느낌. 세상을 그저 담담하고 초연하게 그려내는 한 폭의 수채화 같은 그녀의 음악은 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생활환경을 포함한 그녀의 비하인드 스토리다. 장애인 부모님, 그리고 기초생활수급자라는 환경 속에서 어렵게 피아노 공부를 해가며 피아니스트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우리 삶은 힘겹고 어려운 일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삶을 영위하고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꿈과 희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어려운 환경을 딛고 자신의 꿈을 이룬 사람들에게 대리만족과 함께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열광하게 된다.

그 이유는 그들이 우리가 안고 사는 꿈에 대한 희망을 가시적으로 보여준 하나의 직접적 예시이기 때문일것이다. 이렇듯 예술가들의 작품과 연주 외에 그들의 한편의 드라마 같은 삶의 이야기들이 더해 질 때 우리는 더 진한 감동을 느끼게 되곤 한다.

여기에 더해 삶의 이야기로 우리에게 큰 감동과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또 한명의 작가가 있다.

▲칼로의 작품 중 [상처받은 사슴]이라는 자화상이다. 얼굴은 칼로 자신, 몸은 사슴의 몸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화살로 인하여 몸은 피를 흘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표정과 눈빛에서 느껴지는 강직함과 강렬함이 상처받은 칼로가 보이는 삶에 대한 강렬한 의지인 것만 같다.

그녀의 이름은 프리다 칼로.

얼마 전 한국의 소마미술관에서도 전시가 열렸다 막을 내렸다. 그녀는 이미 소아마비라는 병을 지닌 채 어린 시절을 보냈고, 18세에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그로인해 35번이나 고통스런 수술에 시달려야 했다.

그럼에도 21세 연상의 남자 디에고 리베라와의 뜨거운 사랑으로 결혼도 한다. 하지만 유산의 아픔과 남편의 수많은 외도로 인해 영혼에 생채기를 낸다. 그리고 이혼과 재혼 등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낸다. 프라다 칼로는 이러한 고통들을 예술 안에 불태우고 빛으로 승화시키며 살다간 불꽃같은 인생이었다.

대형사고 이후 많은 시간을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냈던 칼로는 누워서 거울 속 자신을 보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결국 자신 스스로를 뮤즈 삼아 관찰하고 표현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며, 수많은 자화상을 남기게 된다.

그녀의 작품은 초현실주의자들에게 큰 찬사를 받았고, 칸딘스키는 그녀의 작품 앞에서 눈물을 보인적도 있다. 칼로의 작품 중에 <상처받은 사슴>이라는 자화상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얼굴은 칼로 자신을, 몸은 사슴을 표현한 작품이다. 화살로 인하여 몸은 피를 흘리고 있음에도 표정과 눈빛에서 느껴지는 강직함과 강렬함이 인상적이다. 상처받은 칼로가 보이는 삶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나타낸 것 같기도 하고, 거기에 더해 처연함이 느껴지는 눈빛은 보는 이들에게 마음 깊은 곳에서 애잔함이 흘러나온다.

수많은 고통 속에서 삶의 의지를 예술혼으로 불태워 페미니스트들에게 20세기 여성의 우상이라 불리고 있는 프리다 칼로. 또, 청각이 작품 제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음악에서 청각을 잃은 채, 내면의 고통과 고독을 예술로 승화시킨 음악계의 거장 베토벤.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4번을 문지영의 연주로 들으며, 프라다 칼로의 아픈 삶을 대변한 듯한 <상처받은 사슴>을 바라본다. 아픈 현실을 극복한 이들이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어, 예술로 하나되는 순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성지윤 칼럼리스트  claramusic89@naver.com
<저작권자 © 미디어세상,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성지윤 칼럼리스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안내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특별시 은평구 녹번로6길 5-24, 2층 (녹번동, 다원빌딩)  |  대표전화 : 02)3144-3834  |  팩스 : 02)3144-4734
등록번호 : 서울 아 01419  |  등록일자 : 2010년 11월 18일  |  발행·편집국장 : 노인국  |  개인정보책임자 : 박상웅 | 청소년보호책임자 : 노인국
Copyright © 2018 미디어세상.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