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복 전 국정원장 (사진=방송 자료화면 캡쳐)

[미디어세상=이주현 기자] 국정원을 매우 잘 아는 국정원장으로 국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2006년 11월 국가정보원 역사상 최초로 ‘공채 출신 국정원장’이 된 사람이 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당시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을 연결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가 하면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건을 해결하며 소위 ‘잘 나가는’인물 중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2015년, 그는 전례 없는 정치행보로 정치권에서 ‘좌충수를 둔’ 인물로 평가되며 그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인물로 전락한다. 바로 ‘팩스 입당’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다.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17대 대선 하루 전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만난 대화록이 공개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사진=방송 자료화면 캡처)

▶ 방북 대화록 유출, 언론노출을 즐기는 국정원장 김만복

2007년 아프가니스탄으로 선교를 떠났다 탈레반에 샘물교회 교인들이 납치됐을 당시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막후에 인질 석방 협상을 진두지휘하며 문제를 원만히 해결했다.

하지만 그는 인질들이 풀려난 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국제공항을 떠나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는 항공기 안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섭과정을 털어놓기도했고, 신분 노출이 금기시된 국정원 요원인 ‘선글라스 맨’(당시, 실무협상을 맡은 국정원 요원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 ‘선글라스 맨’이라는 호칭을 얻었다)과 함께 사진촬영까지 하는 등 기행을 보여 질타를 받았다.

김 전 원장의 돌출행동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08년 1월 10일자 중앙일보에는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2007년 17대대선 하루 전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만나 “이명박 후보 당선이 확실시된다”라는 내용의 대화를 나눈 대화록이 공개돼 다시 한번 파문이 일었다.

이 내용과 관련 사실 확인 결과 당시 대화록 문건은 김 전 원장이 직접 유출한 것으로 드러나 정치권은 물론 청와대가 발칵 뒤집혔다. 정보기관 최고책임자가 기밀문건을 유출한 사상 초유의 일로 비난이 거세지자 김 전 원장은 사의를 표명하고 국정원장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었다.

국정원장으로서 이해가 어려운 그의 행동은 이 모든 것이 ‘총선출마용’이라는 것에 수수께끼가 풀렸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 모두 2008년 총선을 앞두고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 그의 총선을 향한 빗나간 야욕이 부른 참사가 아닐 수 없었다.

2015년이 된 현재, 그는 말한다. "(나는)국회의원 뱃지가 아니라 마이크가 필요하다“

지난 달 김만복 전 원장은 '노무현의 한반도 평화구상-10.4 남북정상선언' 출판으로 국정원에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사진=방송 자료화면 캡쳐)

▶명실공히 '트러블 메이커' 국회 아닌 개그콘서트로 가라는 비판도....

여기서 멈출 그가 아니다. 지난 달에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비화를 담은 회고록 ‘노무현의 한반도 평화구상 – 10.4 남북정상선언’을 내고 책을 통해 국가기밀을 공개한 것도 모자라 언론 인터뷰에서 “남북정상 간 핫라인이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수시로 직접 통화했다”고 주장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곧 자신의 말을 뒤집어 “핫라인이 있었지만 직접 통화한 적이 한 차례도 없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국정원으로부터 검찰에 고발 당했다.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김 전 원장은 결정적인 한방을 날리게된다. 그가 새누리당에 팩스를 보내 몰래 입당을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

지난 5일 김 전 원장이 8월 27일 자신의 거주지인 서울 광진을 새누리당 당협위원회에 팩스로 입당 신청을 한 사실이 알려졌고 또한 그가 지난 10.28 재.보궐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선거운동을 지원한 사실도 함께 드러나 연이어 파장을 몰고 왔다.

그가 새누리당에 팩스로 입당 신청을 해 둔 상태로 지난 9월 14일 새정치민주연합 해운대기장(을) 지역위원회 제 6차 상무위원회와 10.28 재보선 정영주 기장읍 부산시의원 후보 결의대회에 참석해 지지발언을 하며 ‘양다리’를 걸친 사실이 확인 된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김 전 원장이 출마지로 꼽은 해운대.기장의 현역의원인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 9일 “보궐선거 과정에서 새정련 후보를 지원하거나, 신중하지 못한 발언으로 국정원에 의해 형사고발을 당하는 등 해당행위와 당의 위신을 훼손한 행위가 명백히 밝혀진 이상 당헌․당규에 따른 징계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며 당 최고위에 징계 요구서를 제출하고 나섰다.

김만복 전 원장은 지난 8월 새누리당에 팩스로 입당을 신청 이후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지지에 나선 사실에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사진=방송 자료화면 캡쳐)

▶ 사실상 제명, 그가 잡은 줄은 무소속?

이와 관련 김만복 전 국정원장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자 김 전 원장은 “새누리당이 입당신청서를 접수하면 일정한 심사 절차를 거쳐 저에게 당원자격을 부여하는 줄 알다”며 “새누리당은 현재까지 저를 부르거나 전화문의 등 일체의 연락이 없었고 입당허가서나 당원증도 받지 못했다”며 입당 사실을 몰랐다고 부인했다.

아울러 “새누리당이 오픈프라이머리를 채택하여 공정한 경선을 할 것으로 판단되면 여기에 도전해 볼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오픈프라이머리 등 공천규칙을 발표하면 그때가서 저의 입당절차 확정여부를 확인하고 공천경쟁에 뛰어들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덕분에 아수라장이 된 새누리당은 10일 김 전 원장과 관련 윤리위원회를 열고 ‘탈당 권유’ 방침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김 전 원장은 당헌.당규상 자진 탈당하지 않으면 자동 제명될 전망이다.

이날 새누리당 서울시당 윤리위원회는 “새누리당은 소정의 규정을 위배하지 않는 한 누구나 입당할 수 있는 열린 정당이기 때문에 김만복의 입당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밝히면서 앞서 지난 8월 31일 당헌당규에 따라 입당 축하 문자를 발송했고 본인이 직접 지정한 은행계좌를 통해 현재까지 9월 10일, 10월 12일 각각 CMS로 1만원씩 당부가 납부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만복은 지난 10.28 부산 해운대기장을 보궐선거에서 상대단 후보를 지지하는 언동을 했다. 이는 당인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리는 중대한 해당행위”라며 징계 심의 결과 ‘탈당 권유’ 징계를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김 전 원장은 징계와 관련없이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당초 새누리당에서 오픈프라이머리 공천제도가 채택되지 않아 무소속 후보로 출마할 수밖에 없을 가능성에도 대비했다는 김 전 원장의 발언에 따라 앞으로 무소속 후보로 내년 총선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