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중악단 앞을 가렸던 일본 가이즈카향나무 제거 작업 후 우리나라 대표 수종 '반송'을 심었다.(ⓒ환경부)

[미디어세상=양은미 기자] 매년 10월 ‘고종황제·명성황후 추모 천도대제’가 거행 되는 계룡산 국립공원의 중악단 앞에 심어진 일제의 잔재가 80년 만에 뿌리 뽑혔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광복 70주년과 을미사변 120년을 맞아 계룡산 중악단(보물 제1293호) 앞에 심어진 일본 조경수인 가이즈카향나무 2그루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우리나라 고유 수종인 반송을 심었다고 8일 밝혔다.

계룡산 중악단은 국가의 안위를 위해 산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제사처로 1394년(태조 3년) 중건된 이후 1651년(효종 2년) 미신숭배사상 배척 등의 이유로 폐단됐고, 1879년(고종 16년) 명성황후의 명으로 재건됐다.

특히 중악단은 왕실 주도로 건축되면서 조선 후기의 궁궐 건축 양식을 부분적으로 수용해 단묘 건축물로서의 격식을 갖추고 있으며 소규모임에도 화려하고 위엄있는 모습으로 조성된 전통건축물로 건축사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이런 역사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그간 중악단 대문간채 앞에는 일본의 대표 조경수가 심어져 있어 경관과 민족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으며, 또한 이번 을미사변 120년을 맞아 민족적 정체성 확립의 계기 마련하기 위해 최근 제거됐다.

이에 대해 정석원 국립공원관리공단 계룡산 소장은 “이번 가이즈카향나무 제거는 단순한 외래수목 제거가 아닌, 국립공원과 사찰의 전통경관을 개선하고 역사 바로 세우기를 통한 민족 정체성 확립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제거된 가이즈카향나무는 일본의 신사 등에 주로 심어져 일본을 상징하는 나무로 알려져 있으며 한일병합을 앞둔 1909년 1월 이토 히로부미가 대구에 방문했을 때 달성공원에 2그루를 기념 식수한 것을 계기로 이후 국내 일본인 거주지, 행정관청, 학교 등에 집중적으로 심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