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열린 세월호 500일 추모문화제에서 단원고 2-3반 희생자 유가족들이 카드섹션을 하고 있다. (ⓒ양은미 기자)

[미디어세상=양은미 기자] 세월호 500일 추모문화제가 지난 28일 안산문화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모인 시민들과 학생들은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나누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정부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세월호 인양 등을 촉구했다.

추모문화제가 끝난 9시 20여분쯤, 세월호 유가족들은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배.보상을 신청하지 않은 피해가족들은 배.보상 설명회를 개최하니 설명회에 참석해 배.보상 신청을 하기 바란다’라는 내용의 문자였다.

유가족들은 ‘(피해자 가족들을)우롱하는 것’이라며 분통함을 터트렸다. 아직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이들을 잃고 500일을 진실을 위해 노력한 유가족들에게 배.보상을 신청하라는 문자는 ‘해도 너무 한 일’이었다.

이번 논란이 된 세월호 침몰 사고 배·보상 신청은 만료 기한이 다음달 30일로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배·보상을 신청한 피해자는 전체의 3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보상이 시작된 후 희생자는 304명 중 136명(45%), 생존자는 157명 중 31명(20%)이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단원고 사망자 250명 가운데 101명(40%)이 신청을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정부의 배.보상 지급결정에 동의하고 정부 배상금을 받으면 재판상 화해의 효과가 발생해 정부를 상대로 추가 소송을 제기할 수 없게 된다.

해수부는 배.보상 관련 피해자들의 신청을 돕기 위해 9월 1일 안산시 상록구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세월호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현장 설명회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앞으로 세월호 산하 배.보상심의위원회는 격주로 심의를 열어 신청사건에 대해 지급 금액을 결정하고 기한 내 접수된 사건에 대해서는 내년 초까지 지금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안산에 위치한 세월호 합동분향소에는 여전히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지길 바라며 '잊지않겠다'는 약속을 마음에 새겼다. (ⓒ양은미 기자)

세월호 인양은 내년 6월말께 완료될 예정이지만 배.보상과 관련한 일정에 대해 정부는 기존 일정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1월 여·야간 합의로 제정된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국가가 세월호 사고로 인한 피해의 전부를 우선 배상하는 기간을 9월 28일까지로 정한바 있다.

인양 작업이 먼저 이루어져야 침몰 원인을 알 수 있고, 침몰 원인을 알아야 정부의 책임이 어느 정도 인지 알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미리 보상을 서두르겠다고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보상금을 받으면 정부를 용서하는 것"이라며 배.보상보다는 진실 규명에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 4.16가족협의회 측은 미디어세상과의 통화에서 “해수부에서는 유가족들의 배.보상 신청이 저조하기 때문에 서두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업무시간도 아닌 한밤 중에 추모문화제를 한 날 그런 문자를 보낸 것에 대해 유가족들은 매우 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일(9월1일) 가족협의회 차원에서 참석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곧 소장이 나와 검토를 할 예정이며 9월 중순쯤 소송을 진행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정부가 배.보상과 관련된 내용을 일정대로 진행한다면 법적 신청 기한이 지날 경우 피해자들은 민사 소송을 통해서만 구제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법상 신청 기한이 지나면 피해자들이 민사 소송을 통해 구제를 받아야 하는데, 소송 절차 수행에 따른 오랜 시간과 추가적인 비용, 노력이 소모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신청기한 내에 모두 배상 신청을 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지난 세월호 500일 추모문화제에서 세월호 희생자 남지현 양의 언니는 편지를 통해 “지현아 오늘로 너를 못 본지 500일이 돼버렸어, 시간은 아무 의미가 없고 아무것도 밝혀지지 못한 채 이렇게 지나가는 시간이 분하기만 해”라며 “나는 아직도 어제 네가 여행을 떠난 것 같아”라고 울먹였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에게 500일은 분명 그냥 지나간 시간이 아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직접 나선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앞으로의 시간은 정부가 배.보상 보다는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해 더욱 노력하는데 보내야 할 것이다.

세월호 500일 간 유가족들의 세월호 진실 규명과 관련된 활동들을 500일 추모제를 통해 확인 할 수 있었다. (ⓒ양은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