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라노의 유서깊은 문화재 두오모 성당(방송분 캡쳐)

지난 22일 오전, 엑스포가 한창인 이탈리아의 밀라노, 밀라노 시내에 위치한 유서깊은 문화재인 두오모 성당 앞 광장에 3명의 한국인 남성들이 나타났다. 곧 이 세 명의 한국인은 성당 꼭대기 첨탑 주변으로 드론을 띄웠다. 이들의 비행은 ‘베네란다 파브리카’라는 회사의 성당 관리 책임자에게 발견됐고 곧 이탈리아 현지 경찰이 출동하며 상황이 악화됐다. 경찰이 다가오자 당황한 그들은 드론 조종 실수를 했고 첨탑 주변 마리아 동상의 테라스 지붕 케이블에 충돌한다. 이탈리아 경찰은 그들을 재산손괴 혐의로 조사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정체는 CJ E&M 용역 업체 직원들로 드러났다. 이들은 원격조종장치 사용 및 촬영 관련법을 적용해 법적 처벌을 받을 예정으로 전해졌다. 피해는 미미한 수준이었다고 하지만 국제적 망신은 대단했다.

한편 이 사건을 바라보며 이들은 도대체 왜 현지법까지 무시하며 드론을 띄웠을까 하는 의문점이 생긴다. 이에 본지는 몇 가지 궁금증을 따라가며 CJ의 두오모 성당 드론 충돌 사건을 되짚어봤다.

2015 밀라노 엑스포는 '지구 식량 공급, 생명의 에너지'란 주제로 지난 5월 1일 개최됐다. 사진은 밀라노 엑스포 마스코트 '푸디' (밀라노 엑스포 한국관 블로그)

▶밀라노 엑스포가 뭐길래

2015년 5월 1일에 시작한 이번 밀라노 엑스포는 5년마다 개최되는 국제박람회기구(BIE)의 등록엑스포로서 ‘지구 식량 공급, 생명의 에너지’란 주제로 6개월간 145개국이 참가하며 예상되는 관객수만 약 2,000만 명인 최고의 국제행사다.

엑스포는 세계 경제, 문화 올림픽이라고 불릴 만큼 참가 열기가 대단하다. 참가국은 자국의 기업이미지를 통해 국가 이미지 상승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이와 함께 관광객 수요 증가의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또한 국가 브랜드로서의 기업은 기업 홍보뿐 아니라 수출증대 효과까지 얻는 상업적 이익 창출의 계기가 된다. 때문에 참가국들은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

국내에서도 2015년 밀라노 엑스포 준비를 위해 문화체육부가 주관하고 농식품부, 해양수산부, 산업부, 외교부 등의 범부처가 협업했으며 한국관 최고관리자도 한국관광공사 사장으로 임명할 만큼 국가 차원에서 공을 들여 준비했다.

우리나라는 이번 밀라노엑스포에 독일, 중국 등에 이어 9번째로 큰 부지에 한국관을 선보이고 ‘한식, 미래를 향한 제안: 음식이 곧 생명이다’를 주제로 박람회 개최를 계획했다. 이는 엑스포 참가를 계기로 한식의 세계화와 자국의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로 만들기 위함이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상하이 엑스포에서는 국내 12개 대표 기업들로 연합을 구성하여(SK, 삼성전자, LG, 한국전력, 포스코 등) ‘조화로운 도시, 다채로운 생활’이란 주제로 한국관을 운영했다. 그 결과 누적 관람객 470만명으로 외국 기업관 중 1위를 달성했고 한국기업의 이미지를 상승시키는데 큰 효과를 본 바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국가나 기업 모두 엑스포에 거는 기대감은 매우 컸을 것이다. 메르스 확산으로 관광객의 수요가 현저히 줄고 국가 이미지에도 손실을 본 정부는 물론 국가 이미지 전환이라는 기회였고 기업도 장기적인 수익창출과 자사 브랜드 해외 수출은 놓치기 싫은 기회였다.

밀라노 엑스포장 내 한국관 개관식 모습 (밀라노 엑스포 한국관 블로그)

▶ CJ그룹이 밀라노 엑스포를 독점 할 수 밖에 없던 이유?.

한국관은 조화롭고 자연친화적인 한국의 식문화가 건강한 미래 식량 체계를 위해 하나의 지속 가능한 대안임을 세계에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한식 특유의 상차림과 발효 문화, 저장법 등을 소개하기 위해 미디어예술을 활용하여 상직적으로 보여주고자 계획했다,

또한 한국관 1층에 관람객들이 직접 한식을 맛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한식 레스토랑을 마련해 한식에 대한 이미지를 확실하게 심어 주려 했다.

특히 밀라노 엑스포 기간 중 하루를 정해 참가국 자국의 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날을 이용하여 엑스포장은 물론 밀라노 도심에서 한식 시연, 특별 전통공연 등 종합 행사를 진행해 대대적으로 한국과 한식을 홍보할 계획이었다.

이런 계획에 맞추어 위탁 사업자 선정에 돌입한 한국관광공사는 2014년 12월 입찰 경쟁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했고 그 결과 식음시설 관련 위탁사업자는 CJ그룹이 확정됐다.

사업자 입찰과 관련해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관광공사측은 “한식 브랜드의 연구 성과나 메뉴, 품질, 회사의 경영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CJ그룹이 위탁 사업자로 적절했다고 판단했다”며 “공공기관으로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했다”라고 밝혔다.

이렇듯 한식 브랜드를 가지고 있어 한식의 특징을 살리면서 동시에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춘 다양한 메뉴 개발이 가능하고, 충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사업 투자가 가능한 기업, 또한 문화 관련 행사 진행, 홍보.마케팅 진행까지 가능한 기업 등의 기준을 만족 시키기에는 CJ 그룹이 한국관 사업자로서의 충분한 조건을 가진 것에 이견이 없어 보인다.

밀라노 엑스포 한국관 내 1층 레스토랑은 CJ의 '비비고'가 입점했다. (밀라노 엑스포 한국관 블로그)

▶ 다 된 밥에 드론 뿌리기?

CJ 그룹은 밀라노 엑스포 한국관 운영 계획에 적절히 맞아 떨어지는 그룹이었다. CJ그룹의 CJ푸드빌, CJ E&M 등의 계열사들을 고려하면 CJ는 어디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었다. 이런 조건을 두루 갖춘 기업이 밀라노 엑스포 한국관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것도 이상할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CJ 그룹의 이미지가 국가의 이미지로 연결 된다는 것을 CJ는 잊지 말았어야 했다.

밀라노 엑스포 기간 중 한식이 생소한 이탈리아 내에 한식을 홍보하고 엑스포 후에도 한식 및 한국 농식품류의 유럽시장 진출을 도모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업의 임무였다.

CJ는 한국관에 ‘비비고’라는 대표 한식 브랜드로 레스토랑을 운영했고 한국관 레스토랑은 이탈리아 내 최고 권위지 ‘코리에데 데라 세라’가 엑스포장내 가장 우수한 국가관 레스토랑으로 선정할 만큼 인기를 얻고 있었다.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잘 살려 한국관 운영을 해오며 밀라노 엑스포를 이끌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밀라노 엑스포는 23일 ‘한국의 날’을 앞두고 있었고, 5월 1일 개관 이후 많은 엑스포 관람객 으로부터 호응을 받은 한국관은 홍보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물론 이를 위해 CJ그룹이 앞장서 노력했다.

하지만 자사가 낸 드론 충돌 사고로 인해 잘나가던 밀라노 엑스포의 한국 홍보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스스로 차려 놓은 밥상을 엎은 격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