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필 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1천만원 미만의 1~2인승 친환경 교통수단, 이른바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오는 2017년까지 개발 보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고속 전기차에서 다양한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탈바꿈해 시장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기존 ‘퍼스널 모빌리티’범주에 속하는 개념이다. 친환경과 1~2인승 초소형 이동수단이자 1천만원이 넘지 않는 경제성을 가졌다는 의미다. 이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신개념이 아니라 이미 전 세계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추세다.

국내에서 7~8년 전에 선보인 ‘저속 전기차’도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속 60Km 미만의 도로에서만 달릴 수 있다는 등 여러 제한으로 국내 저속 전기차 관련 제조업체는 모두 무너진 상태다.

분명한 점은 저속 전기차는 퍼스널 모빌리티의 선두 주자이자 중소기업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컸다. 적당한 차종이 없었던 만큼 제대로 구축해 공급했다면 우리 중소기업의 새로운 먹을거리로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산업통상자원부의 이번 발표는 인상적이지만 역시 아쉬운 점도 많다. 중소기업들은 지난 2014년 새로운 개념의 저속 전기차 개발 보급을 타진해왔으나 정부의 관심은 대기업의 고속 전기차에만 쏠려 있었다.

이제 와서 정부가 마이크로 모빌리티로 방향을 틀기는 했으나 당시 저속 전기차를 개발한다고 한 중소기업들은 중국에서 특허를 얻고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우리 특허가 될 수 있었던 상품을 중국에 로열티를 줘야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관련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나 단체를 제대로 발굴해 지원과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현재로서는 설익은 개념 세우기보다는 가능성 있는 중소기업이나 단체를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다.

또한 르노 등 세계 유수 기업들은 트위지 등 마이크로 모빌리티 관련 모델을 국내에 진출시킬 정도로 앞서가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후발주자인 한국은 우선 법적 기반 마련부터 시급하다.

관련 규정이 있는 유럽을 벤치마킹해 한국형 모델을 정립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국토교통부는 하루라도 조속히 관련 법규와 지원시스템을 정비해 아까운 기업들이 시장 진입도 못하는 불상사가 생기는 일을 막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모든 기업에게 열려 있기는 하지만 중소기업 우선으로 육성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할 것이다.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대기업 중심 연구 개발만을 정부가 고집한다면 지난해의 과오를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앞으로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환경부는 각종 보조금 등 세제 혜택을 마련해 산업부 및 국토부와 시너지를 발생시켜야 한다. 정부는 이번 기회로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형식적인 개발 보급이 아닌 제대로 된 주력산업으로 키워야 한다.